여성 영상인 네트워크 프프프
“잡일 맡기고, 중요 결정에선 제외”
남성 중심 네트워크, 문화 바꾸고 싶어
“자기 작품에 자부심 더 가졌으면”
“서서 오줌을 누는 사람들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을 누는 사람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느냐” 1948년 8월4일 대한민국 정부 초대 상공부(지금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된 임영신(1899~1977)은 취임 뒤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여자 말은 듣지 않겠다.” 최근 한국의 영상업계에 남성 조감독이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여성 조감독에게 던진 말이다. 남성 우위, 남성 중심의 문화는 77년이 지나도 이토록 단단하다. ‘남초’인 영상 제작 업계에서 여성들이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끌어주는 네트워크가 절실했다. 그렇게 여성 영상인 네트워크 프프프(FFF, Feminist Filmmakers Forever)가 탄생했다.
<한겨레>는 지난 21일 프프프를 운영하는 프로덕션 대표이자 감독인 알(활동명), 술라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프프프는 2020년 이들을 포함해 3명에서 시작했다. 올해는 84명의 여성 영상인이 3기 프프프로 활동 중이다. 광고, 방송, 영화 및 비디오아트, 실사촬영, 모션그래픽, 인터랙티브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영상인들이 모였다. 이들이 영상업계에서 직접 겪은 성차별이 프프프를 키웠다. 술라는 “조감독을 할 때 남성 동료와 동업했었는데 나한테는 주로 편집이나 사람 상대하는 일을 줬다. 현장에서도 ‘잡일’을 맡았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나를 제외하기도 했다. 잘못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이래서 여자랑 일하면 안 된다’며 예민하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여자 말은 안 듣겠다’는 사례는 한 여성 영상인이 알에게 들려준 경험이다.